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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서바이벌 키트

판데믹과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기 침체 등 잇따른 동시대의 위기를 감지하며, 우리에게 단 한 조각의 천-보자기 외에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번 작업은, 한 조각의 패브릭, 즉 보자기를 하나의 예술적 모티프로 가져온다. 여기서 보자기는 단순히 하나의 오브제를 넘어 모든 물질과 편의가 사라진 후 우리에게 남은 가장 최소의 어떤 것을 의미하며 인간을 환경과 매개하는 옷과 쉘터를 짓는 건축 모듈로 작용한다. 본 작업은 천-보자기의 모듈러한 특성과 이에 수반되는 다른 특징들, 즉, 경직되지 않은 유연함, 부드러움, 적응력, 변형 가능성, 확장성을 주목하며, 이번 제로원데이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보자기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로웨이스트 디자인, 사용자 참여 제작 (Do It Yourself)과 오픈 디자인의 접근법을 갖는 작업들이다. 작가는 20세기 초반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이너의 공개 패턴, 제주 해녀들의 전통 의복인 물소중이와 청동기 시대의 보그코트를 비롯한 동서양의 전통복식, 보이스카우트 핸드북의 쉘터 튜토리얼, 이순신의 신호연 등, 동서고금의 디자인에서 공통적인 접근법을 발견하며, 작업의 영감과 레퍼런스로 가져온다. 풍요와 편의의 시대 한가운데서, 한조각의 천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 임박한 위기의 시대의 물질의 결여과 생존 기술로서의 제작 기술에 대한 의미있는 성찰로 이어지길 바란다. 혼합 재료, 가변크기